한국대학신문 - 대학언론, 인력난에 번아웃까지…“자생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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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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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인 콘퍼런스 8일 개최…현직 기자·대학언론인 50여 명 참석
“학업 병행 부담과 인력난까지…대학언론 지속 가능성 고민해야”


‘2025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연대’가 5일 성균관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채빈 기자)


‘2025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연대’가 8일 성균관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채빈 기자)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편집국장으로 일할 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새벽에 울리는 휴대전화와 장문의 카톡이었다. 부족한 인력 속에서 또 한 명이 그만두겠다는 연락일까 봐 늘 조마조마했다.” (김봄이 전 경기대 신문편집국 편집국장)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취재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목차는 끝까지 수정과 수정의 반복이었다. 고백하건대 ‘제대로 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며칠 새벽을 뜬 눈으로 보내기도 수차례였다.” (안치윤 전 성공회대학보 편집장)

대학언론인들은 8일 성균관대  서울캠퍼스 퇴계인문관에서 열린 ‘2025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연대’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는 대학언론이 인력난과 운영 불안정 등의 이유로 자생력을 잃어가는 현실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봄이 전 경기대 신문편집국 편집국장(4학년)이 ‘어쩌다 대학언론인’을 주제로 발표 중이다. (사진=윤채빈 기자)



 ■ “대학언론, 힘든 상황에도 각자의 동력 찾아야” = 첫 발제자로 나선 김봄이 전 경기대 신문편집국 편집국장(4학년)은 ‘어쩌다 대학언론인’을 주제로 발표하며, 학업과 대학언론 활동을 병행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전 편집국장은 “대학언론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성적이 계속 떨어졌다. 수습기자일 때는 3점대 후반이었지만, 정기자와 편집국장을 거치며 2점대까지 내려갔다. 4학년이 돼서도 20학점을 듣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난도 심각했다. 10명이 들어오면 3명이 나가고, 그때마다 추가 모집을 해야 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업무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김 전 편집국장은 이같은 고충에도 대학언론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사명감·책임감’을 꼽았다. 그는 “대학언론인은 언론계 종사를 목표로 하거나, 사명감을 갖고 활동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들이 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자 상담을 진행하는 등 부끄럽지 않은 국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신문사 발전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했다.

김 전 편집국장은 “모두가 자신만의 이유로 대학언론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려운 순간이 있더라도 각자의 의미를 찾아 대학언론인의 역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치윤 전 성공회대학보 편집장은 ‘대학언론 위기, 나는 ○○까지 해봤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채빈 기자)


안치윤 전 성공회대학보 편집장은 ‘대학언론 위기, 나는 ○○까지 해봤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채빈 기자)



■ “대학언론, 인력난·번아웃·재생산 어려움의 악순환” = 안치윤 전 성공회대학보 편집장(3학년)은 ‘대학언론 위기, 나는 ○○까지 해봤다’를 주제로 발제하며, 대학언론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했다.

안 전 편집장은 “수습기자 모집 포스터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입사하자마자 전년도 기자들은 모두 떠난 상황이었다. 결국 5명이 남았고, 수습 기간이 끝나자마자 편집국장을 맡게 됐다”며 “그때부터 매순간 잘 흘러가고 있는지 고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인력난’, ‘번아웃’, ‘재생산의 어려움’을 꼽았다. “대학언론은 인력이 부족해 3~4명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신입 기자를 모집해도 학보사의 업무 강도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언론에는 표준화된 교육이 없어 도제식으로 전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배들이 떠나면 후배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렵고, 그 흐름이 끊기면 재생산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안 전 편집장은 “대학언론의 생존은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대학언론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서열화 속에서 대학언론도 서열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대학언론은 대학 사회를 감시하고 논하는 중요한 저널리즘 기관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진정한 대학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운영과 편집권 보장이 필수적이며, 대학언론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학언론법’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언론이 무늬만 언론이 아닌 학내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