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 당국은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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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대학언론인 연서명 참여하기 : https://forms.gle/yjNNake8eVeALTJ38


지난 10월 27일 숭실대학교 대학언론사 <숭대시보> 기자 전원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협의를 통해 기자 해임은 철회됐지만, 그 후 사전검열 등 편집권 침해를 자행하는 행태는 물론, 예산 문제를 들먹이며 조기 휴간을 강행했다. 


작금의 상황은 숭실대학교 대학본부의 명백한 언론탄압이며, 그들의 언론관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학언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그 역할은 무엇인가. 단순히 대학언론이 학내 정보 전달 차원에만 머무르면 대학본부 홍보부서와 다를 것이 없다. 대학언론은 이 임무를 수행하되 동시에 대학이라는 사회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문제의식을 느끼며, 구성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의견을 펼쳐야 한다. 대학본부가 비합리적인 행태를 구성원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강행할 시 대학언론이 나서서 대학 당국을 비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다.


그러나 숭실대 당국은 어떻게 행동했는가. 대학언론의 가치를 짓밟아 버렸다. 경천동지할 이 사태의 발단은 장범식 총장이 학내 구성원 동의 없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11월 전면 대면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학내가 큰 혼란을 겪자 <숭대시보> 강석찬 편집국장은 해당 상황을 취재했으며 1면 기사로서 보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승복 주간 교수는 “총장님의 발언 의도와 선언적 의미라는 차원에서 생각해보라”며 보도를 제지했다고 한다. 강석찬 편집국장을 비롯한 <숭대시보> 기자 전원은 이에“제1279호 1면을 백지로 발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해당 기사를 작성하겠다”고 맞섰다. 그러자 이 주간은 “굳이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는데 먼저 나서서 먹잇감을 줄 필요가 없는데 이 기사로 학교의 명예와 위신의 문제가 발생하고, 기자 전원이 백지발행까지 동의했다는 것은 조직의 기강 문제와 연관된다”라며 <숭대시보> 기자 전원을 해임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만행은 장범석 총장이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3일 중앙운영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숭대시보가 전부 엉터리로 돼 있었으며, 숭대시보 기자 해임을 총장이 직접 승인했다”라고 인정했다. ‘엉터리’는 장 총장의 작태가 아닌가 의심된다. 기자들은 본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강석찬 편집국장은 이승복 주간교수와 협의를 통해 기자 해임을 철회하되 해당 기사 위치는 2면으로 배치하며, 교수가 직접 기사 퇴고를 맡기로 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대학 당국은 언론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기자들은 지난달 22일에 발행된 제1282호에서 학생대표자의 장 총장 규탄 피켓 시위 장면을 1면 사진으로 하겠다고 하자, 이 주간은 다른 사진으로 대체하라 명령했다. 해당 사진을 3면에 배치하겠다는 편집국장의 타협으로 정상적으로 신문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한술 더 떠 발행 직전 김선욱 학사 부총장은 강 국장에게 “사설이 오류에 기반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전했지만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편집국장은 사전검열을 한다고 판단해 수정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제1282호 발행이 제지됐다. 오비이락인가. 다음날 주간교수는 기자들을 소집해 “예산상 890만 원이 부족해 11월 29일에 발행하기로 한 제1283호 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며 올해 신문발행 중단을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그 뒤 학교 당국의 태도는 계속해서 대학언론을 기만하는 행위를 펼쳤다. 대학본부는 ‘숭대시보 사태’가 급속도로 커지자 지난달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시대에 ‘해임’이라는 두 글자는 맞지도 않는 말이고 누가 꺼낼 수도 없다”고 기자 전원 해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펼치며 기망했다. 더불어 장범석 총장은 앞서 언급한 간담회에서 성범죄자 조주빈을 거론하며 “조주빈이 학보사 기자이자, 그 학교를 위하는 편집국장이었다. 학교에서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지만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지 않았기에 그 학교가 그 악마를 양성한 것”이라고 망언했다. 대학사회를 위해 제역할을 다한 편집국장과 추악한 성범죄자 조주빈을 비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수많은 대학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쥔 채로 언론 길들이기를 행하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매번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대학이라는 사회는 대학본부의 결정만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구성원들의 참여로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본부를 견제하고 학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는 대학언론을 탄압하는 순간, 그 대학사회의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숭실대 당국에 고한다. <숭대시보>를 향한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더불어 장범석 총장은 <숭대시보>에 가한 언론탄압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학언론의 편집권 독립 보장 등을 약속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라. 언론탄압에 일조한 이승복 주간교수 역시 반성의 모습을 보이며 보직을 내려놔라.


대학언론인 연대체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숭대시보> 구성원의 편집권 사수와 대학 당국을 향한 저항에 연대할 것이며, 대학언론의 고고한 가치를 침해하는 학교 당국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21년 12월 9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